범본 금강경 한글 옮김

 

 

각묵스님께서 쓰신"금강경 역해"중에서 [번역] 부분만 모은 글입니다. 초기불전연구원 까페에서 이 글을 모았지만 제가 글 사용법이 서툴고, 문서를 단정하고 위엄있게 꾸미는 법을 몰라 금강경의 말씀을 흐리게 하고, 각묵스님의 노고를 깍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만 합니다. 오로지 저는 그저 금강경의 말씀만 담담히 옮겨담으니 인연있는 분께서 이 문서를 법답게 장엄하여 주시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습니다. 부처님의 교법이 오래오래 머물기를! 범부 합장.

 

금강경 역해 서지사항

금강경 역해 소개글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슈라와스띠의 제따 숲 급고독원에 많은 비구 승가와 함께 머무셨나니, 1250인의 비구들과 많은 보살 마하살들과 같이.

그 때 참으로 세존께서는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하시고 가사와 바루를 수하시고 슈라와스띠 큰 도시로 탁발을 위해서 들어가셨다. 탁발을 마치신 후 공양을 드셨다. 공양 후에는 탁발로부터 돌아오셔서 바루와 가사를 제자리에 내려놓으시고 두 발을 씻고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가부좌를 결하고, 곧게 몸을 세우고, 전면(前面)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시고서.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나아갔다. 나아가서는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인사를 드리고서 세존을 오른 쪽으로 세 번 돌고서 한 쪽 곁에 앉았다.

 

2. 그 때 수보리 존자가 그 곁에 앉아 있었다. 앉아 있던 수보리 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 어깨로만 상의를 입고서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서 세존을 향해서 합장하여 인사드리고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최고로 경이롭습니다, 선서시여. 여래 아라한 정등각에 의해서 보살 마하살들은 최상의 은총으로 감싸여 있습니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 아라한 정등각에 의해서 보살 마하살들은 최상의 부촉으로 부촉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선남자나 선여인은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조복받아야 합니까?”

이와 같이 여쭈었을 때 세존께서는 수보리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재 선재라 수보리여, 참으로 그대가 말한 바와 같다. 여래 아라한 정등각에 의해서 보살 마하살들은 최상의 은총으로 감싸여 있다. 여래 아라한 정등각에 의해서 보살 마하살들은 최상의 부촉으로 부촉되어 있다.

그러니 참으로 수보리여, 잘 들어라. 그리고 마음에 잘 새기라. [이제]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조복받아야 하는지를 나는 그대에게 설하리라.”

그러겠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수보리 존자는 세존께 대답했다.

 

3.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여기 [이 세상에서]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는 이렇게 마음을 내어야[發心] 한다. 수보리여, 중생들은 중생의 세계에서 중생이라는 무리로 무리지어져 있나니, 알에서 태어나는 것, 태에서 태어나는 것, 습기에서 태어나는 것, 화현하여 태어나는 것, 형상이 있는 것, 형상이 없는 것, 인식작용이 있는 것, 인식작용이 없는 것, 인식작용이 있는 것도 인식작용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그리고 다시 [다른] 어떤 중생의 세계가 더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들을 모두 무여 열반의 경지로 완전히 열반에 들게 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완전히 열반에 들게 했다 하더라도 어떠한 중생도 완전히 열반에 든 자는 없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일 수보리여, 보살에게 중생이라는 산냐가 생긴다면 그는 보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자아(自我)라는 산냐가 생기거나 중생이라는 산냐나 영혼이라는 산냐나 개아(個我)라는 산냐가 생긴 자는 보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그런데 다시 수보리여, 참으로 보살은 경계에 머물러서 보시를 해서는 안 된다. 그 무엇에 머물러서 보시를 해서는 안 된다. 형상에 머물러서 보시를 해서는 안 되며 소리, 향기, , 감촉, 마음의 대상에 머물러서 보시를 해서도 안 된다. 이와 같이 참으로 수보리여, 보살 마하살은 니밋따(겉모양) 산냐에도 역시 머무르지 않는 그러한 보시를 해야 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머무르지 않고 보시를 하는 자, 그의 공덕의 무더기는 쉽게 그 양을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동쪽 방향의 허공의 양을 쉽게 잴 수가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남, , , 아래, 위의 방위와 간방위들 - 이들 모든 열 가지 방향에서 허공의 양을 쉽게 잴 수가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수보리여, 보살이 머무르지 않고 보시를 하는 자, 그의 공덕의 무더기는 쉽게 그 양을 잴 수가 없다. 이와 같이 수보리여,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는 니밋따(겉모양) 산냐에도 역시 머무르지 않는 그러한 보시를 해야 한다.”

 

5.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봐야 하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32가지 대인]상을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대답하자 세존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으므로 여래라고 보면] 그것은 거짓이다.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으므로 여래라고 보지] 않으면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참으로 이와 같이 [32가지 대인]상과 [32가지 대인]상이 아니라는 [두 측면에서] 여래를 보아야 한다.”

 

6.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수보리 존자가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들이 있어서 미래세의 후오백세에 정법이 쇠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에 이런 경전의 말씀들이 설해지면 참되다는 산냐를 일으키기나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대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 어떤 중생들이 있어서 미래세의 후오백세에 정법이 쇠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에 이런 경전의 말씀들이 설해지면 참되다는 산냐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미래세에 보살 마하살들이 있어서 미래세의 후오백세에 정법이 쇠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에 [그들은] 공덕을 쌓고 계를 지니고 지혜가 있어서 이런 경전의 말씀들이 설해지면 참되다는 산냐를 일으킬 것이다.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그들 보살 마하살들은 한 부처님만을 섬기고 한 부처님 밑에서만 선근을 심은 자가 될 뿐만 아니라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그들은] 몇 십만의 부처님을 섬기고 몇 십만의 부처님 밑에서 선근을 심은 그런 보살 마하살들이 되리니, 이런 형태의 경전의 말씀들이 설해질 때에는 한 마음으로 청정한 믿음을 역시 얻게 될 것이다.

수보리여, 여래는 부처의 지혜로써 그들을 안다. 수보리여, 여래는 부처의 눈으로써 그들을 본다. 수보리여, 여래는 그들을 깨달아 [안다]. 그들 모두는 수보리여,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의 무더기를 쌓고 얻게 될 것이다 [라고].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그들 보살 마하살들에게는 자아라는 산냐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생이라는 산냐, 영혼이라는 산냐, 개아라는 산냐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또한 그들 보살 마하살들에게는 법이라는 산냐도 법이 아니라는 산냐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역시 수보리여, 산냐도 산냐 아님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일 수보리여, 그들 보살 마하살들에게 법이라는 산냐가 생겨난다면 그것은 그들의 자아에 대한 집착이며, 중생에 대한 집착이요, 영혼에 대한 집착이요, 개아에 대한 집착이기 때문이다. 만일 법이 아니라는 산냐가 생겨난다면 그것도 단지 자아에 대한 집착일 뿐이며, 중생에 대한 집착이요, 영혼에 대한 집착이요, 개아에 대한 집착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보살은 법을 국집해서도 안 되고 법이 아닌 것을 [국집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두고서 여래는 설하였다. ‘법문이란 뗏목과 같은 것이라고 깊게 아는 자들은 법들도 반드시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이 아닌 것임에랴라고.”

 

7. 다시 또 세존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를 어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가 ‘[이것이] 무상 정등각이다라고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 있는가? 혹은 여래는 어떤 법을 가르치기는 했는가?”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수보리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의 설하신 뜻을 깊이 아는 바로는 여래가 ‘[이것이] 무상 정등각이다라고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도 없으며 여래는 그러한 어떤 법을 설하시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여래께서 철저히 깨달으셨거나 설하신 그 법은 잡을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도 아니요, 법이 아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참으로 성자들은 무위(無爲)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8.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면 참으로 그 선남자나 선여인은 이로 인해서 아주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수 있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많습니다, 선서시여. 참으로 그 선남자 선여인들은 이로 인해서 [실로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입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공덕의 무더기라고 설하신 것, 그것은 [공덕의] 무더기가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나니 그래서 여래께서는 설하시기를 공덕의 무더기, 공덕의 무더기라 하시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참으로 수보리여,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 하더라도 다시 이 법문 가운데서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남들에게 상세히 가르쳐주고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이것이 이로 인해서 측량할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이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의 무상 정등각은 참으로 이로부터 생겨났고 부처님 세존들도 이로부터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불법(佛法), 불법(佛法)’이라는 것, 그것은 수보리여, 참으로 불법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했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불법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9-1.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성자의] 흐름에 든 자[預流]’나는 예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성자]의 흐름에 든 자나는 예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는 어떤 법에도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흐름에 든 자라 합니다. 형상에 든 것도 아니고 소리, 냄새, , 감촉, 마음의 대상에 든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흐름에 든 자라 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흐름에 든 자나는 예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낸다면 그것은 참으로 그에게 자아에 대한 집착이 생긴 것이고 중생에 대한 집착, 영혼에 대한 집착, 개아에 대한 집착이 생긴 것입니다.”

 

9-2.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한 번만 더 돌아올 자[一來]’나는 일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한 번만 더 돌아올 자나는 일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한 번만 더 돌아올 자가 됨에 들었다는 그 어떠한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한 번만 더 돌아올 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9-3.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不還]’나는 불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나는 불환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가 됨에 들었다는 그 어떠한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9-4.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과를 증득했다[생각을] 내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라한은 나는 아라한됨을 증득했다[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아라한됨을 증득했다는 그 어떠한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아라한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됨을 증득했다[생각을] 낸다면 그것은 참으로 그에게 자아에 대한 집착이 생긴 것이고 중생에 대한 집착, 영혼에 대한 집착, 개아에 대한 집착이 생긴 것입니다.”

 

9-5.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 아라한 정등각에 의해서 다툼이 없이 머무는 자들 가운데서 제일이라고 지목된 자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라한으로 욕망을 여읜 자입니다. 그러나 저는 나는 아라한이다. 나는 욕망을 여의었다라는 그런 [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나는 아라한 됨을 증득했다[생각을] 내었다면 여래께서는 저를 두고 수보리 선남자는 다툼 없이 머무는 자들 가운데서 제일이라서 어떤 것에도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두고] 말하기를 다툼 없이 머무는 자, 다툼 없이 머무는 자다라고 인정하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0-1.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가 연등 여래 아라한 정등각의 곁에서 얻은 그 어떤 법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연등 여래 아라한 정등각의 곁에서 얻은 그 어떤 법도 없습니다.”

 

10-2.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어떤 보살이 말하기를 나는 []국토 건설을 이룩하리라라고 한다면 그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국토 건설, []국토 건설이라고 하지만, 그것들은 [불국토] 건설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국토 건설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10-3. “그러므로 이제 수보리여, 보살 마하살은 이와 같이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어떤 것에도 머무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형상에 머무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하며 소리, 냄새, , 감촉, 마음의 대상에 머무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구족한 몸과 큰 몸을 가지고 있다 하자. 그 몸이 이러한 형태여서 마치 산들의 왕인 수미산과 같다 하자.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그 몸은 참으로 크다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그것은 큽니다, 세존이시여. 그 몸은 큽니다, 선서시여.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 이라는 것, 그것은 몸이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몸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것은 몸이 아니며, 몸 아님도 아닙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몸이라고 합니다.”

 

11.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가령 강가 큰 강의 모래알들과 같이 많은 [수의] 강가 강들이 있다 하자. 그러면 그 [모든 강들의] 모래알 역시 참으로 많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그러한 강가 강들만 하여도 많다고 하겠는데 하물며 그러한 강가 강들의 모래알들이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나는 그대에게 제기하리라. 나는 그대에게 분명히 알게 하리라. 그들 강가 강들의 모래알들이 있는 만큼의 그와 같은 세계들을 어떤 여자나 남자가 칠보로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고 하자.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그 여자나 남자가 이로 인해서 아주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많습니다, 선서시여. 참으로 그 선남자 선여인들은 그것으로 인해서 측량할 수도 없고 셀 수도 없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참으로 수보리여, 여자나 남자가 그러한 [많은] 세계들을 칠보로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 하더라도 다시 이 법문 가운데서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남들에게 자세히 가르쳐주고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이것이 이로 인해서 측량할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이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이다.”

 

12. “다시 수보리여, 어떤 지방에서 [여자나 남자가 이 법문을 듣고] 이 법문 가운데서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가르쳐주고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천아수라를 포함한 세계가 그 지방을 탑묘처럼 여길 것이다. 하물며 이 법문을 완전히 갖추어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수보리여, 그들은 최고의 경이로움을 갖춘 자들이 될 것이니 다시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수보리여, 그 지방에는 스승과 다른 여러 지혜로운 구루들이 머문다.”

 

13-1.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수보리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은 무어라 이름합니까? 그리고 어떻게 이것을 [마음에] 간직하면 되겠습니까?”

이렇게 묻자 세존께서는 수보리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여래가 설한 이 법문은 지혜의 완성이라 이름한다. 수보리여, 이와 같이 [마음에] 간직하라.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참으로 수보리여, ‘지혜의 완성이라고 여래가 설한 것, 그것은 [지혜의] 완성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했다. 그래서 말하기를 지혜의 완성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13-2.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가 설한 그 어떤 법이 참으로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설하신 그 어떤 법은 있지 않습니다.”

 

13-3.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대지의 티끌이 많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대지의 티끌은 많습니다, 선서시여.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대지의 티끌이라고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대지의] 티끌이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래서 말하기를 대지의 티끌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 이 세계라고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계가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세계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3-4.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들 때문에 여래 아라한 정등각이라고 봐야 하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32가지 대인상들 때문에 여래 아라한 정등각이라고 봐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32가지 대인상들을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들은 [32가지 대인]상들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래서 말하기를 32가지 대인상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13-5.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여자나 남자가 매일 매일 강가 강의 모래알들과 같이 [많은] 몸들을 바친다 하자. 이와 같이 강가 강의 모래알들과 같은 겁들 동안 몸들을 바친다 하더라도 이 법문에서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남들에게 상세히 가르쳐주고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이것이 이로 인해서 측량할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이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는 것이다.”

 

14-1. 그 때 참으로 수보리 존자는 법력에 [감응되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눈물을 닦고서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최고로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최상승에 굳게 나아가는 중생들의 이익을 위하고, 최고로 수승한 승[最殊勝乘]에 굳게 나아가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여래께서는 이런 법문을 설해주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제게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형태의 법문을 전에는 결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기 [이 세상에서] [이런] 경이 설해질 때 듣고서 참되다는 산냐를 일으키는 보살들은 경이로움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참되다는 산냐, 그것은 참으로 참되다는 산냐가 아닙니다. 그래서 여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참되다는 산냐, 참되다는 산냐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14-2. “세존이시여, 제가 이 법문이 설해질 때 이해하고 확신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나 어떤 중생들이 있어서 미래세의 후오백세에 정법이 쇠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에 이 법문을 완전히 갖추어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그들은 최고의 경이로움을 갖춘 자들이 될 것입니다.”

 

14-3. “그러나 참으로 다시 세존이시여, 이들에게는 자아라는 산냐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며 중생이라는 산냐도 영혼이라는 산냐도 개아라는 산냐도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산냐도 산냐 아님도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자아라는 산냐 그것은 참으로 산냐가 아니요, 중생이라는 산냐, 영혼이라는 산냐, 개아라는 산냐 그것도 참으로 산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불세존들께서는 일체의 산냐를 멀리 여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14-4.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세존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수보리여. 참으로 그러하다, 수보리여. 여기 [이 세상에서] [이런] 경이 설해질 때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공포를 가지지 않는 그러한 중생들은 최고의 경이로움을 구족한 자들이 될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가 설한 이 최고의 바라밀 그것은 참으로 [최고의] 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수보리여, 여래가 최고의 바라밀을 설한 것,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세존들도 역시 설한다. 그래서 말하기를 최고의 바라밀이라 하기 때문이다.”

 

14-5. “그런데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여래의 인욕바라밀 그것은 참으로 [인욕]바라밀이 아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깔리 왕이 내 온 몸의 살점을 도려내었을 때 나에게 자아라는 산냐나 중생이라는 산냐나 영혼이라는 산냐나 개아라는 산냐나 그 어떠한 산냐나 산냐 아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일 수보리여, 그 때에 나에게 자아라는 산냐가 생겼다면 그 때에 악의의 산냐 역시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중생이라는 산냐, 영혼이라는 산냐, 개아라는 산냐가 생겼더라도 그 때에 악의의 산냐 역시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나는 분명히 안다. 과거에 오백 생 동안 나는 인욕을 설하는 성선(聖仙)이었다. 그 때에도 역시 나에게는 자아라는 산냐가 생기지 않았고 중생이라는 산냐, 영혼이라는 산냐, 개아라는 산냐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14-6. “그러므로 이제 수보리여, 보살 마하살은 일체 산냐를 버리고서 위없는 정등각에 마음을 내어야 한다. 형상에 머무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하며 소리, 냄새, , 감촉, 마음의 대상에 머무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법에 머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하며 비법에 머무는 마음도 내지 않아야 하며 어떤 것에도 머무르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머무름이라는 것, 그것은 참으로 머무르지 않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래는 설했다. ‘머무름 없이 보살은 보시를 행해야 한다. 형상, 소리, 냄새, , 감촉, 마음의 대상에 머무름 없이 보시를 행해야 한다라고.”

 

14-7. “그런데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보살은 모든 중생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형태의 철저한 보시를 행해야 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이 중생이라는 산냐 그것은 참으로 [중생이라는] 산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여래가 설한 그들 일체 중생들은 참으로 중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는 참됨을 말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여래는 진실을 말하는 자요, 그대로를 말하는 자요, 다르지 않게 말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여래는 거짓말을 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14-8. “그런데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여래가 철저히 깨달았고 설하고 깊이 사유한 법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 수보리여, 사람이 어둠에 들어가면 어떤 것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경계에 떨어진 보살도 경계에 떨어져서 보시를 행하는 자라고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예를 들면 수보리여, 눈을 가진 사람이 밤이 새고 태양이 떠올랐을 때에 여러 종류의 색깔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경계에 떨어지지 않은 보살은 경계에 떨어지지 않고 보시를 행하는 자라고 간주되어야 한다.”

 

14-9. “그런데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선남자들이나 선여인들이 이 법문을 배우고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수보리여, 여래는 부처의 지혜로써 그들을 안다. 수보리여, 여래는 부처의 눈으로써 그들을 본다. 수보리여, 여래는 그들을 깨달아 [안다]. 그들 모두는 수보리여,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의 무더기를 쌓고 얻게 될 것이다 [라고].”

 

15-1.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여자나 남자가 오전 중에 강가 강의 모래알들처럼 [많은] 몸들을 바치고 그와 같이 낮에도 강가 강의 모래알들처럼 [많은] 몸들을 바치고 저녁에도 강가 강의 모래알들처럼 [많은] 몸들을 바치며 이런 방법으로 수많은 백천만억 겁 동안 몸들을 바친다 하더라도 이 법문을 듣고서 비방하지 않으면 이것이 참으로 이로 인해서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은 것이다. 하물며 [이 법문을] 베껴 쓰고 배우고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누가 다시 더 말을 하겠는가?”

 

15-2.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이 법문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비교할 수가 없다. 최상승에 굳게 나아가는 중생들의 이익을 위하고, 최고로 수승한 승[最殊勝乘]에 굳게 나아가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여래는 이런 법문을 설했다. 이 법문을 배우고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자들을 수보리여, 여래는 부처의 지혜로써 안다. 수보리여, 여래는 부처의 눈으로써 그들을 본다. 수보리여, 여래는 그들을 깨달아 [안다]. 그들 모든 중생들은 수보리여,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의 무더기를 쌓고 얻게 될 것이다 [라고]. 그들은 불가사의하고 비교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한량없는 공덕의 무더기를 구족한 자들이 될 것이다 [라고]. 수보리여, 그들 일체 중생들은 육신과 더불어 깨달음을 이룰 것이다 [라고].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참으로 확신이 부족한 중생들은 이 법문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아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도 중생이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도 영혼이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도 개아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살의 서원을 가지지 않은 중생들은 이 법문을 듣거나 배우거나 [마음에] 간직하거나 독송하거나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란 있지 않기 때문이다.”

 

15-3. “그러나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어떠한 지방에서건 이 경이 설해진다면 그 지방은 천아수라를 포함한 [모든] 세계의 공양을 받아 마땅하고 예배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 지방은 오른쪽에 모시고 도는 [예경]을 받아 마땅한 곳이 될 것이다. 그 지방은 탑묘처럼 여겨질 것이다.”

 

16-1. “그런데 수보리여, 그들 선여인이나 선남자들이 이런 형태의 경전들을 배우고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근원적으로 마음에 잡도리하고 남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더라도 [오히려] 그들은 수모를 당하게 되고 아주 심한 모욕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그들 중생들은 전생에서 지은 나쁜 업들로 악도에 떨어져야 하겠지만 현금(現今)에서 그런 모욕을 받음으로 해서 전생에 지은 나쁜 업들이 소멸되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증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6-2.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나는 분명하게 아나니, 과거세에 셀 수 없고 [도저히] 더 셀 수 없는 그런 겁들 이전에, 연등 여래 아라한 정등각의 이전 더욱 더 이전에 팔만사천백천만억 나유타의 부처님들이 계셨나니, 나는 그분들을 편히 모셨고 편히 모셨기에 그분들도 불편함이 없으셨다. 수보리여, 다시 나는 [거듭 거듭] 그 불세존들을 편히 모셨고 편히 모셨기에 그분들도 불편함이 없으셨다.

다시 미래세의 후오백세에 정법이 쇠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에 [선남자 선여인들이] 이런 경전의 말씀들을 배우고 [마음에] 간직하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이 공덕의 무더기에 비하면 저 앞의 공덕의 무더기는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십만분의 일에도 억분의 일에도 백억분의 일에도 십조분의 일에도 백천억조분의 일에도 산수로도 비유로도 나아가서는 상사(相似)로도 미치지 못한다.”

 

16-3. “만일 다시 수보리여, 내가 그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그 때에 쌓고 얻게 될 그들의 공덕의 무더기를 모두 말한다면 중생들은 미치거나 마음이 광란하게 될 것이다.

수보리여, 참으로 이 법문은 불가사의하다고 여래는 설하였지만 이 [법문의] 과보도 또한 불가사의하다고 기대해도 좋다.”

 

17-1. 그 때 참으로 수보리 존자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는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고 어떻게 마음을 조복받아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여기 [이 세상에서]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는 이렇게 마음을 내어야 한다. ‘나는 일체 중생들을 [모두] 무여 열반의 경지로 완전히 열반에 들게 하리라.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완전히 열반에 들게 했다 하더라도 어떠한 중생도 완전히 열반에 든 자는 없다라고.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일 수보리여, 보살에게 중생이라는 산냐가 생긴다면 그는 보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혼이라는 산냐나 나아가서 개아라는 산냐가 생긴다면 보살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라 이름할 그 어떤 법도 없기 때문이다.”

 

17-2.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가 연등 여래의 곁에서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 있는가?”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수보리 존자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깊이 아는 바로는 여래께서 연등 여래 아라한 정등각의 곁에서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세존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수보리여. 참으로 그러하다. 여래가 연등 여래 아라한 정등각의 곁에서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란 없다. 만일 여래가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 있었다면 연등 여래가 나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이여, 그대는 미래세에 석가모니라 이름하는 여래 아라한 정등각이 될 것이다라고. 참으로 수보리여, 여래가 연등 여래 아라한 정등각의 곁에서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란 없기 때문에 연등 여래가 나를 인정하기를 젊은이여, 그대는 미래세에 석가모니라 이름하는 여래 아라한 정등각이 될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17-3.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라 하는 것은 참되고 그러함을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여래라 하는 것은 생겨남이 없음을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여래라 하는 것은 법이라는 것까지 완전히 끊어짐을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여래라 하는 것은 결코 생겨남이 없음을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생겨남이 없음, 그것이 곧 최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17-4. “수보리여, 어떤 자가 말하기를, ‘여래 아라한 정등각은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라고 한다면 그는 거짓을 말하며 사실이 아닌 것에 집착하여 나를 비방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가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보리여, 여래가 철저히 깨달았거나 설한 법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설하기를 일체 법이 불법이라고 한 것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일체 법이라 한 것은 수보리여, [일체] 법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일체 법이 불법이라고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수보리여, 사람이 있어 구족한 몸과 큰 몸을 가진 것과 같다.”

수보리 존자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사람에 대해서 설하시기를 구족한 몸, 큰 몸이라고 하신 것, 그것은 [구족하고 큰] 몸이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구족한 몸, 큰 몸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17-5.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와 같다. 수보리여, 보살이 말하기를 나는 중생들을 완전히 열반에 들게 하리라라고 한다면 그는 보살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보살이라고 이름할 만한 그 어떤 법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보살이라고 이름할 만한 그 어떤 법은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중생들, 중생들이라는 것은 그들은 수보리여, 중생들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했다. 그래서 말하기를 중생들이라 한다. 그러므로 여래는 설하기를 일체 법은 자아가 없고 일체 법은 중생이 없고 영혼이 없고 개아가 없다고 한 것이다.”

 

17-6. “수보리여, 보살이 이와 같이 말하기를 나는 []국토를 건설하리라라고 한다면 그도 역시 그와 같이 [보살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국토 건설, []국토 건설이라는 것, 그것은 수보리여, [불국토] 건설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했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국토 건설이라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17-7. “수보리여, 보살이 법들은 자아가 없다, 법들은 자아가 없다고 확신할 때 그를 여래 아라한 정등각은 보살 마하살이라고 부른다.”

 

18-1.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는 육안(肉眼)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육안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는 천안(天眼)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천안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는 혜안(慧眼)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혜안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는 법안(法眼)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안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는 불안(佛眼)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불안이 있습니다.”

 

18-2.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강가 큰 강의 모래알들에 관해서 참으로 여래가 설한 적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러합니다, 선서시여. 여래께서는 모래알들에 관해서 설하신 적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강가 큰 강의 모래알들만큼의 많은 강가 강들이 있다 하자. [다시] 그들 [강가 강들의] 모래알들만큼 많은 강가 강들과 그만큼의 세계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 세계들은 어떻든 많다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러합니다, 선서시여. 그 세계들은 많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들 세계들에 있는 그들 중생들의 여러 가지 마음의 흐름을 나는 [지혜로] 알고 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마음의 흐름, 마음의 흐름이라는 것, 그것은 수보리여, [마음의] 흐름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했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마음의 흐름이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과거심도 얻지 못하고 미래심도 얻지 못하며 현재심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19.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써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면 그 선남자나 선여인은 이로 인해서 참으로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많습니다, 선서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수보리여, 참으로 그러하다. 그 선남자나 선여인은 이로 인해서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공덕의 무더기, 공덕의 무더기라는 것, 그것은 [공덕의] 무더기가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공덕의 무더기라 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만일 공덕의 무더기가 [실제로] 있다고 한다면 여래는 공덕의 무더기, 공덕의 무더기라고 설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색신을 구족하고 있기 때문에 여래라고 보아야 하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색신을 구족하고 있기 때문에 여래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색신 구족, 색신 구족이라는 것, 그것은 [색신] 구족이 아니라고 세존께서 설하셨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색신 구족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20-2.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다 하여 여래라고 보아야 하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다 하여 여래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다고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32가지 대인]상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셨나니 그래서 [32가지 대인]상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21-1.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여래가 나는 법을 설했다는 이런 [생각을] 내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나는 법을 설했다는 그런 [생각을] 내시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누가 이와 같이 말하기를, ‘여래는 법을 설했다고 한다면 그는 거짓을 말하며 사실이 아닌 것에 집착하여 나를 비방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설법, 설법이라 [하지만] 수보리여, 설법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한 그 어떤 법도 없기 때문이다.”

 

21-2.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수보리 존자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들이 있어서 미래세의 후오백세에 정법이 쇠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에 이런 형태의 법들을 듣고서 수승한 믿음을 일으키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들은 중생이 아니고 중생이 아님도 아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중생, 중생이라 [부르는] 그들 모두는 중생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중생이라 하기 때문이다.”

 

22.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여래가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이 있는가?”

수보리 존자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무상 정등각을 철저히 깨달았다 할 그 어떤 법도 있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수보리여. 참으로 그러하다. 털끝만한 법도 있지 않으며 얻은 것이 없으니 그래서 말하기를 무상 정등각이라고 한다.”

 

23. “그런데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이 법은 평등하여 거기에는 어떤 차별이 없다. 그래서 말하기를 무상 정등각이라 한다. 무상 정등각은 자아가 없고, 중생이 없고, 영혼이 없고, 개아가 없기 때문에 평등하나니 그것은 모든 능숙한 법[善法]에 의해서 철저히 깨달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능숙한 법들, 능숙한 법들이라는 것, 그것들은 [능숙한] 법들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능숙한 법들이라 하기 때문이다.”

 

24.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여자나 남자가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산의 왕인 [모든] 수미산들과 같은 무더기만큼의 칠보들을 모아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 하더라도 다시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법문으로부터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남들에게 가르쳐 준다면 이 공덕의 무더기에 비하여 저 앞의 공덕의 무더기는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지는 유비(類比)로도 미치지 못한다.”

 

25.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여래가 나는 중생들을 완전히 해탈하게 했다는 이런 [생각을] 내겠는가? 참으로 그러나 수보리여, 이렇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가 완전히 해탈하게 한 어떤 중생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다시 수보리여, 여래가 완전히 해탈하게 했다 할 어떤 중생이 존재한다면 참으로 여래에게 자아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이고 중생에 대한 집착, 영혼에 대한 집착, 개아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이다. 자아에 대한 집착 그것은 수보리여, [자아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다. 그것은 단지 어리석은 범부들이 집착하는 것이다. 수보리여, 어리석은 범부들이라 하지만 그들은 [어리석은] 범부들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어리석은 범부들이라 한다.”

 

26.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보아야 하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의 설하신 뜻을 깊이 아는 바로는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재 선재라. 수보리여, 참으로 그러하다. 수보리여, 참으로 그러하다.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일 다시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보아야 한다면 전륜성왕도 역시 여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봐서는 안 된다.”

수보리 존자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가 세존의 설하신 뜻을 깊이 아는 바로는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라고 봐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참으로 세존께서 그 때에 이 게송을 읊으셨다.

 

형상으로 나를 보았거나

소리로써 나를 찾았던 자들은

그릇되이 정진한 것이니

그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법으로 부처님들을 보아야 한다.

참으로 스승들은 법을 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의 본성은 분별로 알아지지 않나니

그것은 분별해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7.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기 때문에 여래는 무상 정등각을 철저하게 깨달았는가?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그대는 이렇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참으로 수보리여,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하였기 때문에 여래는 무상 정등각을 철저하게 깨달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누구도 그대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들은 어떤 법의 소멸이나 단멸을 인정한다라고. 수보리여, 참으로 그대는 이렇게 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들은 어떤 법의 소멸이나 단멸을 결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28.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선남자나 선여인이 강가 강의 모래알들과 같이 많은 세계들을 칠보로써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에게 보시를 행한다 하더라도 다시 보살이 자아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법들에서 인욕을 성취한다면 이로 인해서 참으로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이다.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보살 마하살은 공덕의 무더기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수보리 존자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보살은 공덕의 무더기를 수용해서는 안 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수용은 하더라도 국집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말하기를 수용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29. “그런데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어떤 자가 이와 같이 말하기를 여래는 가거나 오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는다라 하면 그는 나의 설한 바 뜻을 깊이 알지 못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여래라고 일컫는 것은 어디로 가지도 않았으며 어디로부터 온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여래 아라한 정등각이라 한다.”

 

30-1.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선남자나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땅의 미진들만큼의 세계들을 헤아릴 수 없는 노력으로, 원자덩이와 같은 그러한 형태의 가루로 만든다 하자.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보리여. 참으로 그 원자덩이는 많다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합니다. 선서시여, 그 원자덩이는 많습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그 원자덩이가 [참으로] 많은 것이라면 세존께서 원자덩이라 설하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시]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원자덩이, 그것은 [원자]덩이가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원자덩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30-2. “그리고 삼천대천세계라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삼천대천]세계가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삼천대천세계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만일 세계가 있다면 그것은 다만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라고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수보리여,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고 희론할 수 없다. 그것은 법이 아니요, 법이 아님도 아니다. 그것은 다만 어리석은 범부들이 [그와 같이] 집착할 뿐인 것이다.”

 

31-1.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어떤 자가 이와 같이 말하기를, ‘여래는 자아라는 견해를 설하셨다. 여래는 중생이라는 견해, 영혼이라는 견해, 개아라는 견해를 설하셨다라고 한다면 참으로 그는 바른 말을 한 것인가?”

수보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선서시여. 그는 바르게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자아라는 견해라고 여래께서 설하신 것, 그것은 [자아라는] 견해가 아니라고 여래께서는 설하셨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자아라는 견해라 하기 때문입니다.”

 

31-2.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와 같다. 수보리여,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자는 참으로 일체 법들을 알아야 하고 보아야 하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 법이라는 산냐를 일으키지 않고 알아야 하고 보아야 하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수보리여, ‘법이라는 산냐, 법이라는 산냐라는 것, 그것은 [법이라는] 산냐가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법이라는 산냐라 하기 때문이다.”

 

32-1. “참으로 다시 수보리여, 보살 마하살이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들을 칠보로 가득 채우고서 여래 아라한 정등각들께 보시를 행한다 하자. 그리고 다시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반야바라밀 법문으로부터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마음에] 간직하고 가르쳐주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아울러] 남들에게 상세하게 잘 가르쳐 준다면 이로 인해서 이것이 측량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이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쌓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자세히 가르쳐주어야 하는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하나니 그래서 말하기를 자세히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형성된 것은 참으로 이와 같이 보아야 하나니

, 눈의 가물거림, 등불과도 같고

환영, 이슬, 물거품과도 같으며

, 번개, 구름과 같다.”.

 

32-2.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로 수보리와 그리고 그들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과 보살들과 천아수라간다르와 등 [모든] 세계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고 기뻐했다.

 

 

 

 

1. 서지사항

 

역 해 : 각묵스님

제 목 : 금강경 역해

출판사 : 불광출판부

발행일 : 2001. 9.27

 

3. 책에 대한 소개글 (한겨레 2001.11.02 21:25)

[붓다 근본 가르침 제대로 깨달았나]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근본 경전인 금강경의 핵심적인 말들조차 산스크리트 원전에서 한문으로, 한문에서 한글로 여러번 중역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붓다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오역돼 왔다면? `선사'로 일컬어지는 한국 스님의 상당수가 붓다가 가장 경계한 상()과 존재론에 집착해 잘못된 가르침을 펴고 있다면?

한국 불자들로선 별로 생각하고 싶지않은 가정일 것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10여년간 불교 원문을 연구한 각묵 스님이 1600년전 구마라즙 번역본과 현장번역본을 산스크리트 원문과 상세히 비교해 펴낸 <금강경 역해>(불광출판사)는 일반인들에겐 어려울 수 있지만, 붓다의 근본 가르침을 새롭게 접할 수 있게해준다.

 

각묵 스님이 초기 불교 술어 가운데 가장 잘못 이해하거나 소홀이 다룬 것으로 본 것은 사티(sati).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말한 `8정도'의 핵심인 정념(正念)을 말한다. 초기 불교 수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티'(바른 마음 챙김)를 중역과정에서 `기억'이나 `생각'정도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붓다가 당대 인도 정통파 수행자들이 자부하는 최고 경지까지 이르고도 그것이 궁극의 경지가 아님을 알고, 생사를 건 6년의 고행으로도 해탈을 이루지 못하다가 유년시절 좌선하며 경험하던 행복감을 사유한 수행을 `사티'라고 한다. 붓다가 외도(불교외 수행자)의 선정수행이나 고행을 바른 수행이 아니라고 파악한 것은 그 수행법에는 선정과 테크닉이 있지만, 정념 즉 바른 마음 챙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른 마음 챙김이 있을 때만 극도로 미세한 느낌(·)과 산냐(·)에 속거나 걸리지 않고 해탈한다는 것이다.

5년전 금강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상()의 원어가 니밋타(nimita·모양)가 아니고, 산냐(sanna·인식)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번역을 결심했다는 각묵 스님은 이 책에서 금강경은 공()을 설한 게 아니고 `산냐를 극복하라'는 말씀을 따르는 경라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불교가 불교인 것은 바로 이 산냐에 속지않고 산냐를 극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도사상에서 아트만(atman·자아)의 문제를 빼버리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나고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의 자리, 비록 이 몸은 윤회전생하지만 이 자아는 생사를 초월해 생사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트만' 사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아트만을 아는 것이 아니고, `아트만이라는 생각이 일어났음'을 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생각, 그런 견해가 생겨났을 뿐이고, 이마저도 조금 지나면 바뀌어가듯이 거기엔 오직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이 있을 뿐이요, 그 생각 너머를 말하는 것 자체도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학 3년때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당대의 선지식인 송광사 구산 스님 아래서 본격적인 참선을 시작한 이래 인도에 가기 전 7년동안 15안거(1안거가 100일 수행)를 하고, 수차례에 걸쳐 용맹정진도 했던 각묵 스님은 부처님이 설한 수행에 대해선 고뇌하지않고 자성불, 참나, 견성, 자성청정심, 내 안의 부처 등을 설하고, 그것을 체득하기 위해 몰입하면서 아트만을 거듭 거듭 찬양하고 있다며 한국의 수행 풍토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종교들이 실재론적인 사고에 깊이 집착해 실재하는 것과 합일하거나 그것의 은총으로 행복을 누리려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참다운 해탈이란 있을 수 없다과연 한국 불교에 예류향(성인의 반열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되는 사람이 몇사람쯤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고 말한다.

자기 수행에 대한 아집,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폭력심의 원인은 근본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지고, 실천되지 못한 데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성찰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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