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찾아보았지, 그대가 있던 자리

  아무도 없고

  빈 의자만 남았네

  가버렸을까,

내 연주를 들었을까

  알 수 없지만

  허리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네,

그대 있는 것처럼

  그게 내 최선

  이제 물러나

  무대 뒤로 내려가

  사라집니다,

그대가 사라졌듯

  내게 남은 건

  그대에게 들려준

  나의 마음뿐,

줄 수 있는 모든 것

  담은 노래뿐”

 

이 꽃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오늘 지기 때문입니다 .

이 아이가 왜 사랑스러운지 아십니까?

내일은 커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가 왜 재미있는지 아십니까?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민희 판타지 장편소설 

“룬의 아이들 - 데모닉”에서


 

 

 

 

 

 

 

 

읽는데 어느 페이지에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거야.

새로 구할 데도 없는 책이라서,

그냥 빈 페이지에 나뭇잎을 한 개 꽂아뒀지.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서재 책장에 꽂아둔 책 사이로 덩굴이 기어 나오는 것 아니겠어?

책을 뽑으려 했더니 쉽게 나오지도 않더라고.

 

억지로 꺼내서 펼쳐 보니까 덩굴은 책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었어.

난 급히 다른 페이지로 넘겨봤어.

이미 그 책 어디에도 글자는 없더군.

 

 그래서 그 책 아니 덩굴을 어떻게 했지?

 난 무서워져서 책을 도로 꽂아버리고 저런 것은 없다,

 덩굴 따윈 없다고 세뇌를 거듭했어.

그렇게 며칠이 지나 다시 서재에 가보니

구렁이처럼 비대해진 덩굴이 서재 바닥에 몸을 뒤틀고 있는 거야.

이미 서재의 모든 책은 백지로 변한 후 였지.

 

 그래서 어떻게 했나?

 어떻게 했느냐고?

덩굴 잎을 뜯어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네.

곧 포도라도 열릴 것 같은데 자네 책 좀 빌려주지 않겠나?

 


 

전민희 판타지 장편소설  “룬의 아이들 - 데모닉”에서


2007.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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